모든 숫자에는 이유가 있다


입사 이후 34년 동안, 조종사로 비행하고 임원이 되기 전까지 본사에서 근무해본 적이 없는 우에키 요시하루는 이렇게 말했다.

"조종사는 PDCA는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C와 A는 생명에 관여된 일이라서 항상 철저하게 지킵니다. 하지만 본사에서 근무한 지 오래된 사람은 P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D, C, A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근사한 계획을 세우면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실행도 검증도 개선도 하지 않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어째서 계획대로 할 수 없었는지에 다양한 이유를 들어 그럴듯하게 말을 엮는 사람이 출세한다. '대략' '어느 정도'라고 말해두면 나중에 숫자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거짓말을 한 것이 되진 않는다. 오차가 '대략'이라는 범주를 넘었을 때는 저번 달의 계산을 문제 삼아 도망친다. 그런 습관에 젖어 있었다.

언젠가 실적보고회에서 임원 중 한 명이 이런 수식어를 사용했다.

"숫자가 널을 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나모리 가즈오는 불같이 화를 냈다.

"숫자가 어떻게 널을 뛰나!"


수입은 왜 줄었는지, 비용은 어째서 늘었는지, 모든 숫자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이것을 알아야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온다. 하지만 날씨나 불황 탓으로 돌리면 대책을 세울 방도가 없다. 그래서야 경영이라 할 수 없다. 

이나모리 가즈오에게 수식어를 금지당한 JAL 임원들은 회의 전에 꼼꼼하게 조사해서 정보로 무장하게 되었다. 매달 실적보고회가 다가오면 임원은 부장에게, 부장은 과장에게, 과장은 사원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요구한다. 저절로 모두가 현장 사정에 정통하게 된다. 수식어를 금지당했기 때문에, 임원실에만 앉아서 현장에 통 나오지 않던 임원들이 자신도 모르게 현장에 나간다.

물론 숫자를 세세하게 파악하는 것이 경영의 목적은 아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그 숫자를 바탕으로 어떤 판단을 내리고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 묻는다.

다시 실적보고회, 담당 임원이 설명한다.

"...라는 이유로 이번 달은 수입이 줄었습니다."

"줄었는데?"라고 말하는 이나모리 가즈오.

"네?"

"줄었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래서 어떻게 할 계획인가?"

"그것은, 저..."

"자네는 평론가인가?"

저번 달과 이번 달의 숫자 변화를 파악해서 그 원인을 찾아내고 대책을 세워 다음 달의 예상을 세운다. 여기까지 보고를 하지 않으면 이나모리 가즈오는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안전한 흑자화의 길


아메바 경영은 인간이 관련된 조직이라면 업종을 불문하고 적용할 수 있다고 모리타 나오유키는 생각한다.

최근 몇 년간의 성과의 예로는 경영개선이 가장 어려운 조직 중 하나로 불리는 의료기관의 개혁을 들 수 있다.

의사와 간호사 같은 병원 스태프는 대부분이 환자 치료에만 열심이고 병원 경영에는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일하는 병원의 수지조차 모르는 스태프가 많다. 의료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환자 치료에 전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경영이 기울어진 병원이 적지 않다.

KCCS가 컨설팅을 시작하면 대부분의 병원이 '고의는 아니지만, 채산이 도외시된 경영'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사례가 많다.

한 병원에서는 당뇨병만으로 6종류의 약을 취급하고 있었다. 왜 그렇게 많은 종류가 필요한지 의사와 간호사에게 물어봤지만, 그들도 6종류의 근거를 모르고 있었다. "종류를 줄이면 치료에 지장이 생깁니까?"라고 물으면, "영향은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제약회사가 권하는 대로 별생각 없이 종류를 늘려온 것이다.

실제로 2종류로 줄였지만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늘어난 약의 종류를 정리하니 재고가 눈에 띄게 줄어 약품 관련 비용이 많이 삭감되었다.

아메바 경영을 도입한 병원에서는 스태프를 20명에서 30명의 소집단으로 나누고 각각의 집단에서 수지를 관리한다.

자신의 팀이 적자고 옆 팀이 흑자면 "왜 우리는 적자가 나는 걸까?"라고 스태프가 함께 연구하기 시작한다. 계속 적자를 본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며 초조해한다. 바른 정보를 개방해서 보여주면 재촉하지 않아도 스태프는 본능적으로 숫자를 쫓기 시작한다.

누군가가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라고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이 적자의 축소나 흑자전환의 결과를 얻게 되면 팀 전원은 달성감을 맛본다. 그것을 본 옆 팀은 방법을 재빨리 흉내 내고, 아이디어는 병원 전체에 퍼진다.

지금까지는 "우리도 바쁘니까 마구잡이로 환자를 받지 말아줘"라고 불평하던 스태프가 이제는 입원실 가동률을 신경 쓰면서 비는 병실이 생기면 "환자를 더 받아도 되는데"라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만 오면 사실상 다 된 밥이다.

"만년 적자였던 병원이 자신들도 모르게 이익을 내기 시작합니다"라고 모리타 나오유키는 말한다.

병원과 항공사는 어떤 의미에서는 아주 비슷하다.

병원의 최우선적인 사명은 환자의 치료다. '치료'를 위해서는 비용을 아껴서는 안 되며 이익을 위해서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병원 경영은 방만해지기 쉽다.

항공사의 최우선적인 사명은 승객의 안전이다. '안전'을 위해서 비용을 아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승객의 생명을 책임지는 조종사는 융숭한 대접을 받아왔다.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조정을 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오스타카 산 사고를 일으킨 JAL에 안전은 성역이었다.

"하지만 병원과 회사가 파산해버리면 그들이 주장하는 치료와 안전은 지킬 수조차 없어집니다"라고 모리타 나오유키는 말한다.


비행 한 편당 수지를 다음 날 산출한다


아메바 경영에서는 계정 항목별로 세세하게 '예실차'를 매월 점검한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실적이 예정을 뛰어넘어도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면 벼락을 지른다. 마구잡이로 이익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처리하는 것이 부문별 채산제도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려면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파고들어 처리한 수치가 필요하다.

모리타 나오유키는 이나모리 가즈오에게 말했다.

"JAL에 아메바 경영을 도입하려면 이익을 책임지는 부서가 따로 필요합니다." 

"알겠네.:

"JAL의 각 사업부에서 '수입'이 있는 곳은 항공티켓을 파는 여객판매총괄본부뿐이다. 조종사가 소속된 운항본부와 객실본부, 정비본부 등은 일명 코스트 센터로 비용만 발생하며 수익은 집계되지 않는 부문이다. 수입이 없으면 수지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래서는 아메바 경영의 부문별 채산제도는 도입할 수 없다.

그래서 모리타 나오유키는 노선을 국내와 국제로 나누고, 근접노선끼리 묶은 단위로 이익책임을 부담하는 노선 총괄본부의 신설을 제안했다. 목표는 '나리타-뉴욕', '하네다-삿포로'와 같은 비행기 1편당의 '수지'를 다음 날이면 알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모리타 나오유키는 이렇게 회상했다.

"비행기 1편당의 수지를 다음 날이면 뽑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려고 합니다"라고 노선총괄본부의 목표를 설명하니까 한 사원이 "그건 이미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겁니다. '설마!'라고 생각했는데, 날짜별 탑승률이 정리된 표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건 수지가 아니라 수입이었지요."

항공사는 계속 파고 들어가 보면, 수만 명의 협력으로 비행기를 날게 하는 하나의 거대한 서플라이체인을 형성해서 운영하는 구조였다. 한 장의 티켓에는 조종사, 객실 승무원, 정비사의 인건비부터, 항공기 임대요금, 연료비, 거기에 공항의 전기요금과 수도요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용이 들어 있다. 이것을 인수분해 하는 작업은 아주 어려웠다.

노선별로 '수지'를 정확하게 뽑으려면 사내의 누구라도 공정하다고 인정하는 조종사 인건비, 객실 승무원 인건비, 공항 비용을 산출해낼 필요가 있다. 이런 비용을 '협력대가'라고 한다. 협력대가는 노선부문 등의 프로핏 센터에서 보면 '비용'이고, 조종사 부문 같은 코스트 센터에서 보면 '수입'이다.

이 '협력 대가'를 넣고 빼서 조절하면 모든 부문에 '수지'가 발생한다. 이것이 아메바 경영의 기본형이다. 이 부분의 조절에 실패하면 부문 사이의 불공평이 발생해서 아메바 경영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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