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을 뛰어넘어 숨어 있던 기회를 발견하다


홈 어웨이나 VRBO와 같은 대형 숙박 업체들, 틈새시장을 공략한 베드앤블랙퍼스트 등 온라인으로 단기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존재했다. 그전에는 크레이그리스트(미국의 온라인 생활 정보 사이트)와 신문 광고가 있었다. 뉴욕 대학교 교수인 Arun Sundararajan은 "공유경제의 특징 중 하나는 아이디어 자체에는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어비앤비는 '새로운 업적'을 이뤄냈다. 누구나 쉽고 친근하게 접근이 가능하도록 장벽을 걷어냈고 단순하게 플랫폼을 구축했다. 또 기존의 웹사이트들과 달리 에어비앤비의 숙소 리스트는 호스트의 개성을 드러내는 무대로 활용되도록 디자인됐다. 이를 위해 개별적이고 전문적인 사진 촬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임대 고간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고, 검색과 메시지 발송, 대금 지불이 모두 매끄럽게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설계됐다. 무엇보다도 이 회사는 숙박을 마치고 돈을 완납한 고객들과 호스트가 함께 작성할 수 있는 '쌍방 리뷰'라든지, 'ID 검증 시스템'과 같이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일련의 도구들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에어비앤비가 확실히 차별화된 가장 큰 이유는 '도심' 지역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 때문이다. 에어비앤비 이전에 존재한 대부분의 공간 임대 회사들은 별장이나 전통적인 지역만을 타깃으로 삼았다. 나무 위에 지은 오두막이나 선상 가옥이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에어비앤비의 숙소 대부분은 많은 사람이 매력을 느끼는 방 1~2개짜리 아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호텔 업자들에게 엄청난 위협으로 작용했다.


'어디에서나 우리 집처럼' 느끼는 여행의 시작


2014년 6월, 에어비앤비는 본사에서 대규모로 론칭 행사를 열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웹사이트의 디자인 개선을 포함한 전반적인 리브랜딩(브랜드 쇄신) 계획을 발표했다. 체스키는 이러한 글로 에어비앤비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먼 옛날, 지금의 여러 도시들은 작은 마을이었다. 하지만 대량생산과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그러한 인간적인 느낌은 '대량생산되고 인간미 없는 여행'으로 대체됐다. 그에 따라 사람들은 서로 신뢰하지 않기 시작했다.

에어비앤비는 여행보다 훨씬 더 큰 무언가를 상징할 것이다. '커뮤니티'와 '관계'를 상징할 것이고, 기술을 통해 사람들을 '연대'시킬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사람들이 '어디에서나 우리 집처럼' 느끼고자 하는 보편적인 갈망을 만족시키는 공간이 될 것이다.


더불어 에어비앤비는 리브랜딩을 시작하면서 그들 스스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에어비앤비는 다른 브랜드와는 다르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개개인이 공통된 가치를 중심으로 모인 커뮤니티이기 때문이다. 우리 커뮤니티에 속한 모든 이들은 '소속감'이라는 가치를 추구함과 동시에 각자 다른 방법으로 이 가치를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경험한다. 이 때문에 동일한 가치 안에 다양한 스토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300만 개의 숙소를 통제하는 법


콘리는 에어비앤비의 호스트들에게 접객 노하우를 전달하는 데에 주력했다. 그는 25개의 도시를 여행하면서 호스트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보통 사람들도 '숙달된 여관 주인'과 같은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호스팅 요령을 알려줬다. 그는 숙박 서비스 교육 체계를 수립하고 표준을 정립했으며, 호스트들이 각자의 성공 사례를 공유할 수 있도록 블로그와 뉴스레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했다. 또 경험 많은 호스트들이 신규 호스트들을 도와줄 수 있도록 멘토링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현재 에어비앤비가 문서로 정리하여 시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규칙 중에는 '예약 요청에는 24시간 이내로 응답하라'는 조항이 들어 있다. 또 '게스트를 들이기 전에 호스트 본인이 자신의 스타일과 게스트의 여행 계획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라'는 내용도 있다. 예를 들어 게스트는 호스트와 함께 지낼 수 있는 숙소를 찾고 있는데 호스트는 집을 비우고자 한다면 이는 적절한 조합이 아닐 것이다. '자주 소통하고 상세한 지침을 제공하라', '이용 규칙을 분명하고 자세하게 정하라(여행객이 신발을 벗고 집에 들어와야 한다거나 흡연을 해서는 안 된다는 등)', '모든 방을 깨끗이 청소하되 화장실과 부엌은 특히 더 신경 써라', '침구와 수건은 반드시 세탁하라' 정도가 호스트에게 주어지는 기본적인 지침이다. 만약 그보다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면 공항에서 내린 여행객을 자동차로 픽업하거나, 환영 편지를 남기는 방법도 있다. 콘리는 "게스트가 머무는 동안 그곳에 있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지침은 모두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교육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에어비앤비가 이러한 지침들을 호스트에게 강제할 수는 없다. 그래서 숙박 후 호스트와 게스트가 서로를 평가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쌍방 리뷰 시스템'을 운영하여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양측 모두 사이트 내에서 자신의 평판을 높이고자 하기 때문에 실제로 리뷰 참여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숙박 건수의 70펴센트 이상이 리뷰를 받는데, 어느 정도 점수의 인플레이션은 있겠지만, 양측 모두를 통제하는 데에는 꽤 효과가 높다.


세 창업자들은 특정 호스트의 숙소를 상단에 노출시켜주는 기능이 매우 가치 있는 장치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이는 호스트에게 강력한 보상 메커니즘으로 작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스트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여 좋은 평가를 받은 호스트들은 검색 결과에서 상단에 노출되고, 더 많이 노출됨으로써 예약 건수를 늘릴 수 있다. 반대로 예약 요청을 자주 거절한다든지 너무 늦게 응답하는 호스트들에게는 강력한 벌칙이 적용된다. 검색 결과에서 후순위로 밀려남은 물론 계정이 비활성화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세 창업자들은 '슈퍼 호스트'라는 당근을 적절히 활용했다. 게스트를 10회 이상 유치하고, 90퍼센트 이상의 응답률을 유지하며, 별 다섯 개 만점을 80퍼센트 이상 받고, 예약 취소가 거의 없는 호스트들에게는 '슈퍼 호스트'라는 지위를 부여한다. 이 지위를 얻으면 숙소 리스트에 특별한 로고가 달리고, 높은 순위로 뛰어오르며, 전용 고객지원 부서의 도움을 받고, 새로운 제품을 미리 경험하고 각종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현재 슈퍼 호스트는 20만여 명에 달하고, 이러한 에어비앤비의 보상 기반 생태계는 매우 잘 운영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슈퍼 호스트라는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그들을 직접적으로 통제하지 않아도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는 효과까지 톡톡히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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