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기획 기법


확실히 회의실에서 생각하기보다는 물건을 보면서 생각하는 게 상상력도 넓어진다.

특히, 주택가를 달리거나 경쟁점을 보면 새로운 이미지나 아이디어가 솟는다.


언젠가부터 그런 이미지나 아이디어를 휴대전화에 메모하여 PC로 전송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마음에 드는 풍경이나 마음에 드는 가게 등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어제도 후타코타마가와로 달려가 이런저런 사진을 찍었다.

어제의 테마는 '후타코타마가와의 주말은 대부분 아이 동반'이었다.


그 메일에 다시 아이디어를 더하여 관계자에게 보내고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진을 사장실 직원에게 파워포인트로 만들게 하여

기획서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 메일은 일주일이면 100건 가까이 되어 기획력의 원천이 된다.


그 자리에서 1년 후의 기획을 하는 이유


회의가 끝나면 항상 담당자에게 반성과 동시에 내년도 기획을

당일 중에 바로 마무리 짓도록 지도한다.


이유는 실제로 1일 이벤트를 하면 고객의 반응을 잘 살펴볼 수 있어

그 자리에서 다양한 반성과 아이디어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실수한 일은 내년에 다시 실수하지 않고 잘한 일은 내년에 더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구체적인 액션이 떠오른다.


기획이 정보 조합의 산물이라면 정보가 가장 많은 당일에 내년도 기획을 하는게 맞는 일이다.

일 년이 지난 후 무엇을 할까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시점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는 편이 기획의 질을 높인다.


회의가 끝나면 즉시 모든 감상문을 훑어본 후 느낀 바를 엑셀에 입력하고 분류하여

내년도 기획을 정리한다.


어떻게 따라 할 것인가


북카페는 마스다가 고객의 기분으로

'경치 좋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 읽는 시간을 즐길 수 있다면 멋지겠다' 라는

생각에서 탄생했다.


한편, 뭔가 돈 되는 일이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북카페를 찾아내어

똑같이 따라 하는 사람이 있다.


전자는 일이 잘 안되면

'고객의 시선에서 더 멋진 시간을 만들 수 있을까?'

개선을 시도하지만, 후자처럼 단순히 따라만 하는 회사는

'왜 잘 되지 않을까?'

'왜 돈이 벌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뿐이다.


그래서 개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집념이 있으면 길은 열린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단지 흉내만 내어 돈을 벌려는 사람 앞에서 길은 열리지 않는다.


가게는 손님을 위해 있고

돈벌이는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선인의 가르침을

다이칸야마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떠올렸다.


혼은 디테일에 머문다


아무리 멋진 경영 계획과 경영전략, 풍족한 자금이 있어도

제품을 적당히 만들면 팔리지 않고 고객의 신용을 잃는다.


오늘 새롭게 만드는 가시와노하 티사이트의 현장 확인 차,

다른 프로젝트 멤버도 공부를 겸해 버스로 현장에 갔다.


이 물건은 다이칸야마를 본 토지개발업자가 똑같은 것을 만들어달라고 의뢰했던 것이 계기로,

다이칸야마를 설계한 클라인 다이섬에게 의뢰하여 내년 오픈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현장은 다이칸야마를 만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통행인은 거의 제로.


역에서도 500미터나 떨어져 있다.


정말 가고 싶은 장소로 만들지 않으면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장소.


하지만 티사이트에 관여한 멤버들은 성공 체험을 했기 때문에

만들면 손님이 올 거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만들면 손님이 오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게 생기면 반드시 손님은 온다.

와도 손해 보지 않는다.

아니 오지 않으면 손해가 된다고 생각할 만큼의 기획이 필요하다.


오늘 프로젝트 멤버의 설명을 듣고는

아직 손님의 지지를 받을 만한 기획까지는 되어 있지 않다고 느꼈다.


특히 멤버의 이미지에

1센티미터 단위의 장면이 보이지 않고 있음에 불안을 느꼈다.


디자이너가 만든 도면을 받아

뭔가 좋은 공간이 생길 거라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매장은 생기지 않는다.


마음이 담긴 접객과, 정성껏 마련하여 손님에게 내놓는 맛있는 요리처럼

다른 곳에는 없는 진심 어린 환대를 하지 못하면 손님은 몇 번씩 오려고 하지 않는다.


안 오면 손해일 정도의 기획을

1센티미터 단위로 쌓아 올리지 않으면

일부러 찾아와주는 공간이 될 수 없다.


책임을 다한다는 것


또 한 가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지금처럼 큰 회사가 되기 전에

미국 MS 공장을 견학하러 갔을 때의 풍경이다.


5,000평 정도의 단층 공장이었는데,

일하는 사람은 남미계의 젊은 여성뿐이었지만 청소와 정리정돈이

구석구석까지 미쳐 있는 모습을 보고

왜 이렇게 철저히 청소를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안내를 해주던 MS 담당자가 바닥을 보라고 해서

바닥을 살펴보니 5,000평 바닥에 바둑판 눈 같은 선이 살짝 그어져 있고

모든 바둑판 눈의 오른쪽 구석에 이름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것은 '내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집단은

몇 명이 있어도 아무도 버튼을 누르지 않지만,

5,000평의 넓은 바닥도 자신이 담당할 공간이 정해져 있고

그것이 명시되어 있으면 철저히 자신의 시간을 사용하여

책임을 다한다는 인간의 행동심리에서

아무리 넓은 바닥이라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는 것에 감동했었다.


그 일로 큰 집단에서 일을 할 때의

매니지먼트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즉시 에비스 21층의 컴퓨터실 관리 책임자를

명확히 정하여 표기하라고 회의 중에 지시했다.


좋은가, 나쁜가, 깨끗한가, 깨끗하지 않은가


마스다는 세계 최고의 기획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어


프레젠테이션 할 자료에 관해

프로젝트의 조도와 초점, 음을 사용할 때는 그 음의 크기 등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왜냐하면 '세계 최고'의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그런 의식이 없는 사람은

마스다가 주의를 줘도

왜 프로젝트의 조도와 초점에 까다롭게 굴고

화를 내는지 몰라 매번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

결국 기준이란,

개인이나 팀 그리고 회사가 지향하는 방향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야말로 회사의 가치가 아닐까.


정리정돈의 중요성


정리란 필요 없는 것을 버리는 것.


필요없는 자료나 필요 없는 책이 있으면

필요한 정보를 바로 꺼낼 수 없다.


사무실도 어수선해져 기분 좋게 일할 수 없다.


이런 것은 사실 누구나 당연히 알고 있는 일.


하지만 실행에 옮기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너덜너덜한 편지나 잡지 같은

얼핏 쓰레기로 보이는 것도


회사에 무척 중요한 자료이거나

누군가에게는 보물 같은 편지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사무실 정리는

웬만해선 아르바이트생이나 일반사원을 할 수 없다.


중요한지 어떤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리정돈은

리더가 함께해야만 가능하다.


선택하고 있는 것 같아도 실은 선택당하고 있다


신입사원 채용 면접을

마스다가 직접 하던 시절에 생각했던 것.


신입사원의 면접이란,

회사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사람을

대단한 사람이 뽑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반대다.


신입사원은 여러 회사를 방문하여

자신의 인생을 걸 회사를 고르고 있다.


회사가 선택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선택을 당하고 있다.


선택을 당하는 회사가 아니면

좋은 사람은 들어오지 않는다.


단순히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취업을 하려는 사람은 들어오지 않기 바란다.


오늘도 한 프로젝트에서 디자이너를 뽑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분명 지금 CCC가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면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응모를 할 것이다.


디자이너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며,

다이칸야마와 후타코타마가와 매장을 보고 멋대로 상상을 펼친다.


하지만 잘나가는 디자이너는 바빠서,

그들이야말로 회사나 클라이언트를 고르고 있다.


따라서 그들에게 선택당할 만한 제의 방식이나 공모 준비가 필요한데


어떤 디자이너를 뽑을지

디자이너의 역량을 비교하다가 회의는 끝나버린다.


반드시 우수한 사람이나 훌륭한 디자이너에게

선택받는 회사가 되어야 하는데.


오늘 점심에 음악 비즈니스에 관한 조언을 받고자

유명 아티스트의 소속사 사장, 음반 회사 사장,

정말 유명한 음악 프로듀서 분들에게 모임을 청했다.


음악의 미래에 관해 의논하고 싶다고 했더니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해주었다.


이것도 그들에게 선택받은 결과다.


CCC에 매력이 없다면

아무도 돈벌이가 되지 않을 법한

회의에 나와주지 않는다.


선택받는 노력.

즉시 진심을 담아

오늘 참석해준 분들에게 감사 편지를 썼다.


기한의 이익을 잃지 마라


최근 사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


사내에서나 사외에서나

다양한 이벤트와 점포 기획을 하려고 하지만

아무래도 담당자는 혼자서 정보를 껴안기 쉽다.


번듯한 형태로 만들어 발표하려고 하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발표 직전까지 아웃풋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회의 전 자료 배포나

인사 관련 이벤트 안내도 '직전'이 될 때가 많다.


그 원인은 상대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 입장이 되면

'빨리' 이벤트나 기획 안내를 받아

생각할 시간이나 검토할 시간을 원하면서

정작 본인은 그런 배려 없이 '직전'에야 알린다.


기획을 시작하고서

관계자에게 연락하기까지 2주 동안의 시간이 있다면,

절반인 1주는 스스로 생각해도 되지만

적어도 똑같은 시간을 상대에게도 줘야 한다.


그런데 2주를 꽉 채워 혼자 정보를 껴안고 있다가

당일에 상대에게 정보를 던진다.


이러한 행동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은 물론,

자신이 아웃풋할 기획이나 이벤트의 프레젠테이션에 관해

주위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 하는 에고의 결과다.


주위 사람은 '기한의 이익'을 잃고

결국 희생자가 된다.


이런 일은 사내뿐만 아니라 외부 고객과의 사이에도 일어나기 쉽다.


파티나 이벤트를 기획하여

고객을 초대하고 싶다면,


기획 내용 그 자체보다

미리 스케줄을 비워둘 수 있도록 연락을 취한 다음

기획을 하면 될 텐데

기획이 정리될 때까지 고객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 결과 고객은 모처럼의 좋은 기회를

선약에 의해 잃게 되는 불이익이 발생한다.                                                                            


미리 말했더라면 올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처럼 미리 말해두면 잃지 않았을 이익을

'기한의 이익'이라고 하는데,

이 기한의 이익은 항상 담당자의 에고에 의해 잃게 된다.


더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는 문화를 뿌리내려야만 한다고,

매일같이 생각하는 요즘이다.


고객이 말하는 것을 듣지 마라,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라


마스다는 항상

좋은 이야기일 때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절체절명의 때야말로 힘이 들어간다.


영업으로 말하자면,

제안한 내용에 'No'라는 대답을 들은 시점부터

스위치가 켜진다.


어떤 회사의 사장이든 역시 상대를 생각해서

타인의 이야기를 웃는 얼굴로 들어준다.


그것은 내용이 좋아서라기보다 상대가 불쾌하지 않도록 하려는 배려다.


그런 의미에서는, 진심이 아니다.


상대에게 'No'라고 말할 때가 진심이다.


마스다는 여기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왜 'No'인가?

상대에게 가치 있는 제안을 새롭게 생각할 수 없을까.


가치 있는 제안을 생각할 수 있어

그 제안 내용이 상대에게 전해진다면


답은 'YES'밖에 없지 않을까.


필사적으로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기획을 생각한다.


'No'라는 말을 듣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생각한다.


CCC가 기획회사로 살아가려면 이 길밖에 없다.


상대가 말하는 것을 듣지 않고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 될 뿐이다.


위화감의 의미


"위화감을 소중히 합시다."


얼마 전에 어느 물건의 건축 설계 공모에서

프레젠테이션 중에 건축가가 했던 말이다.


새 자동차의 디자인은 위화감이 들 때가 많다.


일본의 독자적 휴대전화인 갈라파고스 휴대전화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에게

스마트폰은 위화감이 있었다.


자동차에 모터를 달고

달리는 것도 위화감.


네일살롱이 처음 생겼을 때도

위화감이 있었을 것이다.


위화감이란

자신의 이해 영역을 넘은

물건이나 일에 대해 느끼는 감각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새로운 것에는 항상 위화감을 느낀다.


반대로,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 생활이나 일은

진보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성공한 기업은

처음에는 세상에 위화감을 갖게 하지만

결국 받아들여져


위화감을 불식하고

세상에 정착시켰다.


오히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위화감이 있는 일을 피하게 되어

진보가 멈춘다.


그래서 그 건축가는

성공한 클라이언트에게 

"위화감을 소중히 해달라"고 이야기했다.


다이칸야마에 츠타야 서점을 만들었을 때도 나의 감각을 떨쳐버리지 않으면

안 될 만큼 하루하루가 위화감의 연속이었다.


이해도 안 되고 일의 순서도 짤 수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고객을 감동시키는

좋은 공간이 생겼다고 지금에야 생각한다.


위화감이 있다고 피했더라면

실현하지 못했을 고객가치.


기획을 한다는 것은 위화감을

받아들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열심히,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시간이 걸려 좋은 일은 불가능하다.


다른 사람에게도 통하는 사고 방식이라고 생각하거나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사람만으로

팀을 짠다면 좋은 일은 할 수 없다.


지금 후타코타마가와의 기획 프로젝트에서는

위화감의 연속.


그 위화감을 버리려 애쓰는 매일이다.


사람을 믿는 사람


오랜만에 미디어 취재를 받았다.


마스다가 이야기했던 것은

"기획회사가 제안하는 기획은 클라이언트인 고객의 이해 영역 밖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받지 못하면 팔 수 없다.

이해받는 과정의 기획은 가치가 없다.

이렇듯 기획을 파는 일은 간단하고도 어렵다.


마스다는 창업 이래,

기획의 판매 방식을 모색해왔다.


마스다가 익힌 판매 방식은 실적을 내어 숫자로 설명할 수 있도록 하거나,

강연을 하여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영업을 하거나,

인간 그 자체나 회사를 신용하여 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신용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왔다.


신용을 얻지 못하면 기획을 검토해주지 않고

맞붙지 않으면 성과도 없다.


하지만 30년 영업을 통해 신용을 얻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신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을 신용할 수 없거나 좋아하지 않으면

오랜 기간 같은 사람에게 영업을 할 수도 없고,

노력도 할 수 없다.


이 사람에게 꼭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할 수 있으니까,

감사받는 날이 올 거나 생각할 수 있으니까, 노력할 수 있다.

                                                                                                                                                                                                                                                                        



보통 사람의 지평과 방향성이 기획을 생각해 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하나의 예로 상품을 주고받는 장소를 賣場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판매자의 관점이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買場이 되어야 하는 것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방법이다.


기획의 가치는 어디에 달려있는가?


그 기획이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 에 달려있다.

TSUTAYA 서점을 창업할 당시 심야영업형태가 참신한 시도였는데, 이는 '심야까지 영업을 하면 사람들의 눈에 띌 것이다'도 아니고, '영업시간을 늘리면 그만큼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도 아니고, '심야가지 상점 문을 열고 노력하는 모습을 어필하고 싶다' 라는 계산 때문도 아니다. 다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심야에도 영상이나 음악 소프트웨어, 또는 서적 등을 구입하거나 빌릴 수 있으면 정말 편하겠다는 생각에서 시도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고객의 입장에서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영업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증가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플랫폼이 넘치는 상황에서 플랫폼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제안 능력이 있어야 한다. 플랫폼은 수없이 많이 존재하지만 그것들은 단순히 '선택하는 장소'일 뿐, 플랫폼에서 실제로 선택을 수행하는 사람은 고객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다음으로 고객이 인정해줄 만한 것은 '선택하는 기술'이 아닐까. 각각의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 주고, 선택해 주고, 제안해 주는 사람. 그것은 매우 중요한 고객 가치를 낳을 수 있으며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해 주는 자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이 중요하다. 디자인은 가시화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즉 머릿속에 존재하는 이념이나 생각에 형태를 부여하여 고객 앞에 제안하는 작업이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결국 '제안'과 같은 말이다. 퍼스트 스테이지에서 상품은 용도만 충족하면 되었다. 즉, 기능만 충족하면 상품으로서 성립될 수 있었다. 유리잔은 액체를 담을 수 있으면 그만이었기 때문에 디자인까지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그 뒤를 이은 세컨드 스테이지에서도 선택을 하는 사람은 고객 자신이니까 '디자인은 부가 가치'라는 식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생활하는 장소는 서드 스테이지, 제안 능력이 있어야 하는 시대다. 제안은 가시화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디자인, 그러니까 제안을 가시화하는 능력이 없다면, 또 디자이너가 되지 못하면 고객 가치를 높이기는 어렵다.

우수한 디자인은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제안을 내포하고, 표현까지 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밀봉성이 높은 세련된 텀블러글라스라면 그것을 선택한 사람에게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하고, 섬세한 의장이 들어간 와인글라스라면 때때로 양질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제안이야말로 기획 회사가 완수해야 할 역할이다. CCC의 중심적 철학은 앞에서 예로 든 고객 가치라이프 스타일 제안이라는 두 가지 단순한 키워드로 요약된다.


서점은 서적을 판매해서는 안된다


고객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서적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제안이다. 따라서 그 서적에 쓰여 있는 제안을 판매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부분은 깡그리 무시하고 서적 그 자체를 판매하려 하기 때문에 '서점의 위기'라는 사태를 불러오게 된 것이다.

서점 내부의 정경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자. 매장으로 들어가면 가장 눈에 띄는 장소에 설치된 '매대'에 갓 출간된 잡지들이 쌓여 있다. 그 앞에는 신간 단행본 등이 진열되어 있고 더 안쪽에 출판사별로 분류된 문고본 책장과 신서 책장이 위치해 있다. 여행 가이드북과 참고서, 사전, 만화 등은 또 다른 공간에 놓여 있다.

이것이 기성 서점이 일반적으로 매장을 구성하는 방식인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예를 들어, 긴 휴가를 앞두고 유럽으로 여행을 갈 계획을 세웟다고 하자. 그럼 어느 코너로 가야 할까. 서점 안쪽의 여행 가이드북이 진열되어 있는 코너일까. 그런데 신간 잡지에도 프랑스나 이탈리아 지역이 특집으로 다뤄졌을지 모른다. 아니, 유럽을 무대로 삼은 소설도 참고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문고본이 진열되어 있는 책장으로 가야 할까? 만약 해당 지역의 문화적 배경을 해설해 놓은 책을 찾는다면 신서가 진열된 서가도 한 번쯤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즉, 서점의 매장은 고객을 우선적으로 생각해 구성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잡지, 단행본, 문고본 등의 분류는 어디까지나 유통을 하는 쪽의 입장에서 이뤄진 분류다. 유통 과정에서 정해진 그런 분류를 매장에 그대로 도입하는 이유는 고객의 욕구를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곳은 단순히 판매를 하는 '판매 장소'일 뿐 구입을 하는 '구입 장소'가 아닌 것이다. 정작 주역이어야 할 고객이 존재하지 않는, 열기가 식은 공간을 만들어 놓고 '책이나 잡지가 팔리지 않는다.' 라고 한탄하는 것은 착각이다.

그래서 CCC는 책의 형태 등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그 제안 내용에 따른 분류로 서점 공간을 재구축했다. 이것이 서점의 이노베이션이다. 지금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을 방문해 보면 그곳은 여행, 음식과 요리, 인문과 문학, 디자인과 건축, 아트, 자동차 ... 라는 식으로 장르에 따라 구분이 되어 있고 그 안에서도 내용이 가까운 것들끼리 단행본이든 문고본이든 틀을 넘어 횡단적으로 진열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을 방문한 고객은 "유럽을 여행한다면 이런 문화를 접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거나 "건강을 생각한다면 매일의 식사를 이런 식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는 제안을 받게된다.

유통에서의 습관은 이처럼 강하게 고착되어 있기 때문에 손대기 어렵다. 흔히 생산자에게 가까운 쪽을 강물의 '상류'로, 소비자에게 가까운 쪽을 '하류'로 부르는데 그 강물 속에 계속 몸을 담그고 있으면 어느 틈엔가 흐름에 익숙해져 상류에서 흘려내려 오는 물살에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게 되어 버린다.

기존의 흐름에 젖어 편리하게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 익숙해질수록 바람직한 자세를 갖추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CCC에서는 한 가지 기획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들어가면 일부러 그 분야의 아웃사이더를 담당자로 앉히는 경우가 많다.

이노베이션은 언제나 아웃사이더가 일으킨다. 따라서 비즈니스 세계에 몸을 둔 사람은 아웃사이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업계 흐름의 외부에 존재하는 일반 고객의 입장에 서서 자신들이 하는 일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유능한 사람과의 만남


유능한 사람과의 만남은 보수나 대우라는 외적 조건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물론, 외적 조건은 당연히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하지만 그것은 전제에 지나지 않는다. 그 전제 위에 그들이 '재미있을 것 같다.'라고 느낄 수 있는, 구심력을 갖춘 이념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 열쇠다.

내가 사장이고 그들이 사원이라고 해서, 나는 자본가이고 그들은 노동자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관계는 결코 그런 도식으로 표현될 수 없다. 그들이야말로 확실한 지적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자본가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그들과 나는 직렬 관계가 아니라 병렬로 놓인 관계다. 그런 인식 없이 우수한 전문가와 협업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효율은 절대적인 기준인가?


지금까지 인간 사회는 '보다 편리하게'라는 방향을 향해 진행되어 왔다. 보다 편리하게 이동하기 위해 철도가 부설되었고 고속 도로가 조성되었다. 보다 편리하게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도록 전화가 발명되었고 그것은 또 스마트폰으로 진화했다.

그러나 효율과 행복은 다르다.

효율은 확실히 편리하고, 편리는 대부분의 경우 쾌적함을 이끌어 낸다. 단, 쾌적함과 행복은 등가가 아니다.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숲 속의 산책로를 지나가야 한다면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곳을 걸을 때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은 결코 효율성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렇다, 어쩌면 효율과 행복은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다이칸야마 T-SITE'를 창설했다. 효율성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기분 좋은, 편안한 공간을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각 입주자들은 숲 속의 산책로로 연결되어 있다. 부지 안에 원래 있었던 느티나무는 그대로 남겨 두었다. 절대로 베어 내지 못하게 했다.

생각해 보면 인간에게 '자연'만큼 효율성이 나쁜 것은 없다. 가령 나무를 심어 두면 가을마다 낙엽이 떨어져 청소를 해야한다. 여름을 맞이하기 전에는 가지를 쳐 주어야 하는데 이것 역시 일손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그 숲을 지나는 바람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고,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새어 드는 햇살은 정말 아름답다. 나는 다이칸야마에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쪽이 행복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적자본이 대차대조표에 실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상쾌함과 고양감은 숫자로 측정할 수 없다. 수량화할 수 없는 감각이야말로 행복과 가까운 것이 아닐까.

기획 회사는 고객 가치의 확대를 도모하는 회사다. 바꾸어 말하면, 고객에게 행복이나 풍요로움을 주기 위한 기획을 낳는 회사라는 뜻이다. 그 행복이나 풍요로움이 효율과는 다른 방향을 가지고 있는 이상, 기획 회사라는 조직의 완성도를 효율성으로 측정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다. 내가 '휴먼 스케일'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것이 효율적이어서가 아니라 행복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휴먼 스케일 조직의 구성원에게 일부러 효율성이 나쁜 일을 하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효율성을 유일한 잣대로 삼지 말라는 것이다. 효율성은 목표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결과의 한 측면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처음부터 그것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자유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


자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그것을 얻으려면 신용이 필요하다. 약속을 지키고 감사를 잊지 않는 인간으로서 신용을 얻어야,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인간은 비로소 자유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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