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컨셉을 구입한다


'오토코마에 두부' 는 2005년 일본 두부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해, 출시 2년 만인 2006년 매출 40억 엔을 돌파하고, 그해 닛케이 트렌드 선정 일본 10대 히트상품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오토코마에 두부'란 다름 아닌 '남자다운 두부'라는 뜻인데요. 두부에도 남다른 철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중소기업 두부회사 사장님이 궁리해낸 것이 바로 '남자다운 두부'였습니다. 두유 농도를 높여 훨씬 고소하고 진한 맛을 냈고, 포장지에는 큼지막한 검은 색으로 '男' 자를 써넣어 '배신하지 않는다!' 라고 광고를 진행한 이 특이한 두부는 일반 두부의 세 배나 되는 가격임에도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구매동기 -> 소비자 인식(제품과 상표 + 감각적 경험) = 브랜드 이미지 -> 구매행동


인간의 인식은 언어 구속적이고 상징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소비자 인식에 해당하는 브랜드 이미지도 언어와 감각기호가 결합하여 형성됩니다. 앞서의 두부 사례에서도 남자다운 두부를 만든 회사에서는 제품을 차별화하려고 형태도 바꾸고 재료의 질도 높였으나 모두 실패하였습니다. 컨셉 없이 물리적 제품의 개선만으로는 맛이 달라졌다는 인식이 쉽게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남자다운 두부'라는 브랜드컨셉을 만들고 이에 따라 포장지에도 크게 자를 써넣자 소비자 인식에서 다른 두부와 차별화되었습니다. 그래서 차별화된 브랜드(상표)와 물리적 제품의 맛의 개선이 결합되자 맛이 달라졌다는 것을 소비자가 비로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물리적 제품에 차별화된 두부 맛을 부여해도 이를 담아내는 그릇에 해당하는 브랜드컨셉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차별화된 맛을 인식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물리적 제품이 좋아졌다는 느낌을 소비자가 갖게 하려면 물리적 제품의 개선에 상응한 브랜드 컨셉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사야 할 이유는 물리적 제품에 대한 객관적 묘사로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두유 농도를 높여 훨씬 고소하고 진한 맛을 낸 두부'라고 물리적 제품을 언어로 사실적으로 묘사한 경우로서 이는 브랜드컨셉에 해당합니다. 

마케터는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사야 할 이유'가 되는 컨셉이 있는지 끊임없이 물어야 합니다. 과거의 컨셉이 이제는 더 이상 사야 할 이유가 되지 않았는지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경영자는 '왜 이 사업을 하는가?'를 끊임없이 물어야 합니다. 진지한 마케터라면 '나는 왜 이런 제품을 만드나? 소비자는 왜 이런 제품을 사는가?' 하는 근본적 질문으로 마케팅을 시작해야 합니다.


감각이 없는 개념은 공허하고 개념이 없는 감각은 맹목적이다


가끔 TV에서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봅니다. 한번은 민물다슬기를 넣어 끓인 올갱이국을 잘하는 가게가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리포터가 주방에 들어가 음식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인 할머니가 달걀을 풀더니 그 위에 올갱이를 올려 놓으시는 겁니다. 리포터가 뭐하시는 거냐고 물었더니, 할머니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이렇게 달걀 위에 올려놔야 안에도 올갱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지.'

올갱이가 가라앉지 않고 달걀물 위에 뜨도록 해 손님이, 아니 시청자가 직접 두 눈으로 올갱이를 볼 수 있게 한 겁니다. 손님이 올갱이국을 먹기 전에 올갱이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야, 음식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김은 바삭바삭하게 구워줘!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 우노 다카시는 지인이 하는 초밥 전문점에 갔다가 센스 있는 접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주문을 받은 주인이 요리사에게 '김은 바삭바삭하게 구워줘' 라고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지요.

초밥용 김을 바삭바삭하게 굽는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요리사는 굳이 주인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바삭바삭하게 김을 구워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손님이 그 한마디로 인해 김을 먹었을 때의 바삭거리는 식감과 갓 구워낸 향기를 상상할 수 있었고 초밥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주인은 알고 있었던 것이죠. 서비스업의 대가들은 이렇게 기대를 높여 사용 경험을 좋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컨셉 개발 단계에서 소비자의 예상이나 기대가 사용 경험에 영향을 준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한마디로 '좋아 보이는 제품'을 제공하면, 소비자는 정말 '좋은 제품'으로 경험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컨셉을 만들 때 '좋아 보이는 제품'처럼 보이도록 해서 '기대치를 높여라'라는 뜻입니다. 


색, 해조소금


2006년 10월 태평소금에서 '섬들채'라는 해조소금을 출시했습니다. '맛있는 소금'이라는 컨셉으로 고급 소금으로 론칭했습니다. 이 제품은 다시마와 톳 추출물을 함수에 집어넣어 채취한 것으로 다시마와 톳은 조미료의 성분인 요오드가 풍부해 음식의 맛을 좋게 해줍니다. 수분이 증발하면 다시마와 톳의 성분이 소금의 결정에 달라붙어 갈색을 띠게 됩니다. 그래서 해조소금은 색깔뿐 아니라 맛도 일반 소금과 차별화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맛과 색깔(유형요소)의 차별화과 동시에 달성되었습니다.

섬들채 겉포장에는 '소금이 맛있다' 라는 문구를 넣었으며 뒷면은 투명 창으로 만들어 소금이 갈색인 것을 소비자가 볼 수 있게 하였습니다. 대기업 브랜드보다 높은 가격으로 출시하였고 출시 직후에는 염전체험단을 2년 동안 무료로 진행하여 입소문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고급 호텔과 고급 식당을 중심으로 납품하였습니다. 조금씩 섬들채란 브랜드가 알려지면서 대형 할인점에도 진출해 중소기업에서 개발한 브랜드지만 차별화된 컨셉으로 소금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형, 쁘띠첼


CJ 제일제당의 쁘띠첼은 2002년 2월에 '상큼한 과일 디저트'라는 컨셉으로 출시되어 첫해 104억 원 그리고 다음 해에 20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히트상품입니다. 쁘띠첼은 투명용기 안에 과일 조각을 집어넣었고 손에 잡으면 특별한 촉감을 느끼도록 투명용기에 물결무늬를 주었습니다. 과일은 통조림 과일이지만 우뭇가사리로 만든 투명한 젤리 안에 넣어 생과일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소비자가 투명한 용기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이 생과일이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었죠.

소비자가 인식할 때 그것이 어떤 사물인지 인식할 수 있도록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야 유형성이 높아집니다. 언어로 표현할 때도 원형이 변형되었어도 원래 형태를 더 강조해서 말해야 합니다. 그냥 후춧가루가 아니고 '100퍼센트 통후추를 갈아 만든 후춧가루'로 표현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소비자는 스토리에 몰입한다


스토리 텔링을 잘 활용하면, 컨셉을 직접적으로 주장하지 않아도 소비자가 스토리를 통해 컨셉을 스스로 추론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스토리를 통해 컨셉을 스스로 추론할 수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 훨씬 높아집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소비자의 심리적인 저항'이 사라지는 것이죠. 

그런데 한 가지, 브랜드 스토리를 고려할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서 활용하다 보면 완성도 면에서는 좋지만 긴 이야기를 소비자에게 전달하여 기억시키려면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간결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간결하면서도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새로운 컨셉을 전달하는 데 '익히 알고 있던 개념'을 활용하여 표현하는게 좋습니다. 스토리도 '익히 알고 있는 스토리'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표적 고객이 스토리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동감 즉, 감정이입할 수 있는 스토리의 캐릭터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는 숨어 있는 지하자원같이 마케팅 자원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체험매장이 인기 있는 이유, 감각 변양


포장 소비재의 경우에는 포장을 뜯어야만 제품을 만지거나 향을 맡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견본품의 포장을 개봉하여 촉이나 향을 느끼게 해줄 수 있습니다. 일례로 아모레퍼시픽은 제주에서 재배한 다양한 차를 오설록이란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선반에는 차를 전시하면서 티백을 담아둔 케이스도 같이 전시합니다. 고객들이 필요하면 케이스를 열고 차의 향을 맡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사용 시점에서 음미할 수 있는 향을 구매 시점에도 음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화장품의 경우에도 매장에서 견본품의 향을 음미하거나 피부에 발라보게 해서 사용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에 매장과 잘 협력만 한다면 오감의 재료를 모두 활용할 수 있지요.

더 효율적인 방법은 감각의 변양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감각의 변양이란 하나의 감각 양상을 다른 감각 양상으로 바꾸어 표현하는 것입니다. 앞서 화장품 '후'에는 청각요소를 해금이라는 악기를 형상화하여 시각적으로 바꾸어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용각산의 경우에는 고운 입자라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도 했지만 용기를 흔들었을 때 소리가 없는 것을 들려주어 청각으로도 표현했습니다. 맛과 향을 표현할 때도 포장이나 광고에 맛을 보거나 냄새를 맡고 그것을 음미하는 얼굴 표정으로 바꾸어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감각을 비벼내는 것은 언어 표현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사물을 두 개 이상의 감각 양상이 결합된 언어로 표현하면 더욱 생동감 있게 느껴집니다. '붉은 함성' 또는 '금빛 게으른 울음'은 시각과 청각이 결합된 표현입니다. 특히 소비재의 경우 브랜드명과 같은 상표 개발에서는 여러 감각 양상을 동시에 자극하는 표현이 효과적입니다. 하우젠의 김치냉장고 브랜드명 '아삭'은 싱싱한 과일이나 채소를 깨물 때 나는 소리로 싱싱한 맛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청각으로 미각을 표현하였으나 감각을 비벼낸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솔라돔의 실패, 광파오븐의 성공


새로운 브랜드 컨셉을 소개할 때는 기존에 익히 알려진 개념인 제품 범주를 활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제품 범주는 이 브랜드가 무엇에 필요한지, 즉 컨셉의 필요성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이런 제품 범주에서 다른 브랜드들과 어떻게 차별화되는지를 알려주어야 하는데 이것이 종차입니다. 마케팅에서는 다른 브랜드들과 차별화된 속성 또는 차별화된 편익이 되는 것이죠. 속성이란 제품이나 서비스의 물리적 특성을 말하며 편익은 이 속성으로부터 소비자가 얻는 혜택을 말합니다. 컨셉의 필요성은 제품 범주가 그리고 차별성은 차별화된 속성-편익으로 나타내게 됩니다. 

브랜드를 시장에 출시할 때는 제품 컨셉에 표적 고객과 제품 범주를 확정하여 포지셔닝을 해야 합니다. 출시 전에 정한 표적 고객과 제품 범주는 잠정적인 것이고, 출시 후 경쟁과 시장 환경에 따라 확정하면 이것이 포지셔닝이 됩니다.


지시와 암시가 잘 융합된 오설록 시리즈


오설록의 제품라인 중에 'scene of jeju'는 녹차에 특수 향이나 곡물을 혼합한 특수차 라인의 명칭입니다. 이 제품라인에는 배합한 향에 따라 '비의 사색', '금빛마중', '바람의 노래'와 같은 제품이 있는데, 각 제품의 포장에 '맛'과 '멋'이라는 항목으로 제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비의 사색'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비의 사색 '멋'

비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찻김 사이로 퍼져 나오는 촉촉이 빗물 머금은 풀내음과 풋풋한 흙내음. 가만히 그 향을 심호흡하면, 비 온 후 아무도 찾지 않은 고요한 사려니 숲길을 산책하는 듯합니다.


비의 사색 '맛'

제주 삼나무 통에서 숙성한 삼다연의 풍미에 애플시나몬 향이 어우러진 오리엔탈 스파이시 블렌딩 티.


비의 사색 '멋'에서는 제품을 감성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제품을 암시, 즉 상징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리고 비의 사색 '맛'에서는 제품을 객관적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제품의 원료나 제조 방법과 같이 맛을 객관적으로 묘사(지시)한 것이죠. 이처럼 브랜드나 제품 설명에 있어서도 묘사(지시)와 상징(암시)이 서로 보완되도록 하면 소비자에게 더 좋은 호감을 얻고 구매로 유도할 수 있습니다.


미안해하지 마세요


햇반은 결국 '편리한 밥'이 아니라 '맛있는 밥'으로 광고 컨셉을 변경합니다. '집에서 엄마가 해준 것처럼 맛있는 밥'이라고 강조해, 주부들이 햇반을 내놓는 데 대해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도록 만든 것입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만큼 햇반은 잘 만들었습니다"가 새로운 광고 카피였습니다.

이렇게 컨셉을 바꾼 결과는 어땠을까요? 여러분이 아시는 대로 폭발적이었습니다. '편리한 밥'이라는 컨셉이 제품을 사용하며 타인으로부터 받게 될 비난을 생각하지 못한 컨셉이었던 반면, '집에서 엄마가 해준 것처럼 맛있는 밥'이라는 컨셉은 비난을 두려워 하는 마음까지 세심하게 살펴낸 컨셉이었죠.


나가면서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고충이나 고통을 줄이려고 하거나, 즐거움을 강화하고 싶어 하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컨셉은 이런 소비자의 직접적인 욕구, 일차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이상의 경지에 올라서야 합니다. 소비자의 감춰진 '사회적 욕구, 진짜 욕망'까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소비자는 제품을 사용하는 자신을 타인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비자는 은근히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거나 또는 자신을 감추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되죠. 자신의 아름다움과 관련해서는 아무리 꾸미지 않는 본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해도 타인의 시인을 얻고자 하는 욕구와 상충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제품을 사용하는 자신을 지켜보는 타인에게 칭찬을 구하고 비난을 피하려는 욕구, 이것이 바로 소비자의 사회적 욕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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