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의 지평과 방향성이 기획을 생각해 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하나의 예로 상품을 주고받는 장소를 賣場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판매자의 관점이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買場이 되어야 하는 것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방법이다.


기획의 가치는 어디에 달려있는가?


그 기획이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 에 달려있다.

TSUTAYA 서점을 창업할 당시 심야영업형태가 참신한 시도였는데, 이는 '심야까지 영업을 하면 사람들의 눈에 띌 것이다'도 아니고, '영업시간을 늘리면 그만큼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도 아니고, '심야가지 상점 문을 열고 노력하는 모습을 어필하고 싶다' 라는 계산 때문도 아니다. 다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심야에도 영상이나 음악 소프트웨어, 또는 서적 등을 구입하거나 빌릴 수 있으면 정말 편하겠다는 생각에서 시도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고객의 입장에서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영업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증가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플랫폼이 넘치는 상황에서 플랫폼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제안 능력이 있어야 한다. 플랫폼은 수없이 많이 존재하지만 그것들은 단순히 '선택하는 장소'일 뿐, 플랫폼에서 실제로 선택을 수행하는 사람은 고객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다음으로 고객이 인정해줄 만한 것은 '선택하는 기술'이 아닐까. 각각의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 주고, 선택해 주고, 제안해 주는 사람. 그것은 매우 중요한 고객 가치를 낳을 수 있으며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해 주는 자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이 중요하다. 디자인은 가시화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즉 머릿속에 존재하는 이념이나 생각에 형태를 부여하여 고객 앞에 제안하는 작업이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결국 '제안'과 같은 말이다. 퍼스트 스테이지에서 상품은 용도만 충족하면 되었다. 즉, 기능만 충족하면 상품으로서 성립될 수 있었다. 유리잔은 액체를 담을 수 있으면 그만이었기 때문에 디자인까지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그 뒤를 이은 세컨드 스테이지에서도 선택을 하는 사람은 고객 자신이니까 '디자인은 부가 가치'라는 식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생활하는 장소는 서드 스테이지, 제안 능력이 있어야 하는 시대다. 제안은 가시화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디자인, 그러니까 제안을 가시화하는 능력이 없다면, 또 디자이너가 되지 못하면 고객 가치를 높이기는 어렵다.

우수한 디자인은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제안을 내포하고, 표현까지 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밀봉성이 높은 세련된 텀블러글라스라면 그것을 선택한 사람에게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하고, 섬세한 의장이 들어간 와인글라스라면 때때로 양질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제안이야말로 기획 회사가 완수해야 할 역할이다. CCC의 중심적 철학은 앞에서 예로 든 고객 가치라이프 스타일 제안이라는 두 가지 단순한 키워드로 요약된다.


서점은 서적을 판매해서는 안된다


고객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서적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제안이다. 따라서 그 서적에 쓰여 있는 제안을 판매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부분은 깡그리 무시하고 서적 그 자체를 판매하려 하기 때문에 '서점의 위기'라는 사태를 불러오게 된 것이다.

서점 내부의 정경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자. 매장으로 들어가면 가장 눈에 띄는 장소에 설치된 '매대'에 갓 출간된 잡지들이 쌓여 있다. 그 앞에는 신간 단행본 등이 진열되어 있고 더 안쪽에 출판사별로 분류된 문고본 책장과 신서 책장이 위치해 있다. 여행 가이드북과 참고서, 사전, 만화 등은 또 다른 공간에 놓여 있다.

이것이 기성 서점이 일반적으로 매장을 구성하는 방식인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예를 들어, 긴 휴가를 앞두고 유럽으로 여행을 갈 계획을 세웟다고 하자. 그럼 어느 코너로 가야 할까. 서점 안쪽의 여행 가이드북이 진열되어 있는 코너일까. 그런데 신간 잡지에도 프랑스나 이탈리아 지역이 특집으로 다뤄졌을지 모른다. 아니, 유럽을 무대로 삼은 소설도 참고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문고본이 진열되어 있는 책장으로 가야 할까? 만약 해당 지역의 문화적 배경을 해설해 놓은 책을 찾는다면 신서가 진열된 서가도 한 번쯤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즉, 서점의 매장은 고객을 우선적으로 생각해 구성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잡지, 단행본, 문고본 등의 분류는 어디까지나 유통을 하는 쪽의 입장에서 이뤄진 분류다. 유통 과정에서 정해진 그런 분류를 매장에 그대로 도입하는 이유는 고객의 욕구를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곳은 단순히 판매를 하는 '판매 장소'일 뿐 구입을 하는 '구입 장소'가 아닌 것이다. 정작 주역이어야 할 고객이 존재하지 않는, 열기가 식은 공간을 만들어 놓고 '책이나 잡지가 팔리지 않는다.' 라고 한탄하는 것은 착각이다.

그래서 CCC는 책의 형태 등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그 제안 내용에 따른 분류로 서점 공간을 재구축했다. 이것이 서점의 이노베이션이다. 지금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을 방문해 보면 그곳은 여행, 음식과 요리, 인문과 문학, 디자인과 건축, 아트, 자동차 ... 라는 식으로 장르에 따라 구분이 되어 있고 그 안에서도 내용이 가까운 것들끼리 단행본이든 문고본이든 틀을 넘어 횡단적으로 진열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을 방문한 고객은 "유럽을 여행한다면 이런 문화를 접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거나 "건강을 생각한다면 매일의 식사를 이런 식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는 제안을 받게된다.

유통에서의 습관은 이처럼 강하게 고착되어 있기 때문에 손대기 어렵다. 흔히 생산자에게 가까운 쪽을 강물의 '상류'로, 소비자에게 가까운 쪽을 '하류'로 부르는데 그 강물 속에 계속 몸을 담그고 있으면 어느 틈엔가 흐름에 익숙해져 상류에서 흘려내려 오는 물살에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게 되어 버린다.

기존의 흐름에 젖어 편리하게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 익숙해질수록 바람직한 자세를 갖추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CCC에서는 한 가지 기획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들어가면 일부러 그 분야의 아웃사이더를 담당자로 앉히는 경우가 많다.

이노베이션은 언제나 아웃사이더가 일으킨다. 따라서 비즈니스 세계에 몸을 둔 사람은 아웃사이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업계 흐름의 외부에 존재하는 일반 고객의 입장에 서서 자신들이 하는 일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유능한 사람과의 만남


유능한 사람과의 만남은 보수나 대우라는 외적 조건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물론, 외적 조건은 당연히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하지만 그것은 전제에 지나지 않는다. 그 전제 위에 그들이 '재미있을 것 같다.'라고 느낄 수 있는, 구심력을 갖춘 이념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 열쇠다.

내가 사장이고 그들이 사원이라고 해서, 나는 자본가이고 그들은 노동자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관계는 결코 그런 도식으로 표현될 수 없다. 그들이야말로 확실한 지적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자본가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그들과 나는 직렬 관계가 아니라 병렬로 놓인 관계다. 그런 인식 없이 우수한 전문가와 협업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효율은 절대적인 기준인가?


지금까지 인간 사회는 '보다 편리하게'라는 방향을 향해 진행되어 왔다. 보다 편리하게 이동하기 위해 철도가 부설되었고 고속 도로가 조성되었다. 보다 편리하게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도록 전화가 발명되었고 그것은 또 스마트폰으로 진화했다.

그러나 효율과 행복은 다르다.

효율은 확실히 편리하고, 편리는 대부분의 경우 쾌적함을 이끌어 낸다. 단, 쾌적함과 행복은 등가가 아니다.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숲 속의 산책로를 지나가야 한다면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곳을 걸을 때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은 결코 효율성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렇다, 어쩌면 효율과 행복은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다이칸야마 T-SITE'를 창설했다. 효율성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기분 좋은, 편안한 공간을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각 입주자들은 숲 속의 산책로로 연결되어 있다. 부지 안에 원래 있었던 느티나무는 그대로 남겨 두었다. 절대로 베어 내지 못하게 했다.

생각해 보면 인간에게 '자연'만큼 효율성이 나쁜 것은 없다. 가령 나무를 심어 두면 가을마다 낙엽이 떨어져 청소를 해야한다. 여름을 맞이하기 전에는 가지를 쳐 주어야 하는데 이것 역시 일손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그 숲을 지나는 바람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고,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새어 드는 햇살은 정말 아름답다. 나는 다이칸야마에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쪽이 행복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적자본이 대차대조표에 실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상쾌함과 고양감은 숫자로 측정할 수 없다. 수량화할 수 없는 감각이야말로 행복과 가까운 것이 아닐까.

기획 회사는 고객 가치의 확대를 도모하는 회사다. 바꾸어 말하면, 고객에게 행복이나 풍요로움을 주기 위한 기획을 낳는 회사라는 뜻이다. 그 행복이나 풍요로움이 효율과는 다른 방향을 가지고 있는 이상, 기획 회사라는 조직의 완성도를 효율성으로 측정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다. 내가 '휴먼 스케일'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것이 효율적이어서가 아니라 행복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휴먼 스케일 조직의 구성원에게 일부러 효율성이 나쁜 일을 하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효율성을 유일한 잣대로 삼지 말라는 것이다. 효율성은 목표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결과의 한 측면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처음부터 그것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자유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


자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그것을 얻으려면 신용이 필요하다. 약속을 지키고 감사를 잊지 않는 인간으로서 신용을 얻어야,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인간은 비로소 자유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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